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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와인벤 작성일20-09-07 10:52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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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빈 지갑 쇼크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9·여)씨는 최근 자신의 아버지가 불과 3개월 만에 8000만원 가까이 잃은 사실을 알게 됐다. 정씨의 아버지가 사용한 목돈은 가족이 함께 모으던 돈으로, 오는 2021년 초여름에 잡혀있는 정씨의 결혼 준비자금이었다.동행복권파워볼

정씨의 부친은 지난 상반기 중 주식을 처음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이 주식으로 크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투자 시작의 동기였다. 주식 계좌도 없었던 상태로, 주식과 투자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정씨의 부친은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 자금 입금과 출금, 매매 방법 등만 간신히 배운 상태에서 사설 리딩 업체까지 이용했다.

정씨는 “잘 모르는 사람이 섣불리 손을 대서 거액이 불과 몇 개월 사이 허망하게 날아갔다”며 “주식으로 날린 돈은 사기에 당한 것도 아니라 찾을 수도 없고. 아버지가 이용한 사설 리딩업체라는 곳이라도 문제가 없는지 경찰에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증시 변동폭 속에 신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 특히 코스피·코스닥이 연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에는 주식거래 활동 계좌가 80만개 넘게 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처럼 대거 유입된 신규 투자자 중 정씨의 부친처럼 주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수준에서 거액의 자금을 날리는 초보 투자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의 주식정보 종목 게시판 등에는 소위 ‘지라시’를 보고 투자했다가 수천만원 대의 금액을 날렸다는 한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억을 투자했다”면서도 해당 게시판에서 주식 투자 관련 기초 용어의 의미를 묻는 투자자도 흔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운영하는 상담 프로그램 ‘헬프라인’ 도박 상담 접수 통계 중 주식 문제 관련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직후, 도박상담 유형 중에서 주식 비중이 기존 4.4%에서 9.8%대로 5.4%p 급증했다. 주식 관련 상담 인원은 기존 대비 91.3%(46명→88명) 늘었다. 특히 전체 연령별 분석 통계 중 40대 이상에서 주식 부분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관련 비중이 증가하면서 불법·합법 형태의 도박 비율은 각각 3.3%, 2.2%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포츠경기와 경마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마땅한 도박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일부 주식시장에 유입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정보영 서울센터장은 코로나19이후 도박행위의 변화 양상을 다룬 심포지엄에서 “주식이 도박이 되지 않기 위해 올바른 투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주식은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모를수록 위험성도 높다. 주식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접근성이 낮은 투자처이지만, 고위험 투자 종목에 속한다. 자칫하면 언제든 원금을 대거 날릴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또 초보 투자자들을 노리는 불법 업체들도 넘쳐난다. 불법 사설 리딩 업체에 얽혀 투자자가 거액을 날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들은 주식을 잘 모르지만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을 노려 ‘최소 100% 수익률 보장’ 등의 자극적인 허위·과장 광고를 앞세워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이같은 문제가 심각해지자 “인가받지 않은 불업 업체가 급증해 소비자가 피해를 당할 위험이 높다”며 소비자 경보(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불법 도박 투자자와 그쪽 음지 자금이 늘어나는 것 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그들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와서 돈을 잃는 게 자본시장을 위해서는 차라리 건전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건전한 투자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투자교육이 뒷받침 돼야 한다. 국내 투자교육이 너무나 부실한 상태다. 이유도 모르고 돈을 잃는 투자자들이 양산되는 것을 방임해서야 되겠는가. 정부에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지만큼 교육 강화 의지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영의 쿠키뉴스 기자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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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올시즌 K리그1 최대 다크호스인 상주 상무가 조기 상위리그 진출을 확정하면서 리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상주는 지난 4일 수원 삼성과의 리그 홈경기에서 이상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따냈다. 승점 34점(10승4무5패)을 확보한 상주는 상위리그 마지노선인 6위 팀과의 승점차를 최소 10점 이상 벌리면서 남은 정규라운드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상위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상주의 상위리그 진출은 2016시즌 이후 두번째다.

상주는 올시즌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다. 10년간 인연을 맺었던 상주시와의 연고지 협약이 올해로 만료된다. 내년시즌부터는 김천시를 연고지로 활용하게 되면서 올시즌 성적과 관계없이 2021시즌은 2부리그에서 시작하게 된다. 강등이 확정된 상주의 상위리그행은 리그 판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하위리그의 경우 상주의 상위리그행으로 강등 경쟁이 단순화됐다. 개막을 앞두고 이사회를 통해 상주가 꼴찌를 하지 않을 경우 1부리그 최하위가 자동강등되고, 승강 플레이오프는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마쳤다. 상위리그로 간 상주가 올시즌 최하위로 떨어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결국 올시즌 잔류를 하려면 최하위만 벗어나면 된다.

상위리그에서 펼쳐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경쟁은 더 복잡해졌다. 최근 흐름이라면 올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ACL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K리그의 2021시즌 ACL 티켓은 ‘2(본선)+2(플레이오프)’가 될 가능성이 높다. K리그와 FA컵 우승팀이 본선으로 직행하고, K리그 2~3위 혹은 4위(FA컵 우승팀이 K리그 1~3위 안에 들 경우)까지 PO으로 향한다.

만약 상주가 ACL 출전 가능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상주는 AFC 클럽 라이선스 자격을 갖추지 못해 ACL 출전이 불가능하다. 결국 상주가 ACL 출전 가능 순위에 진입한다면 차순위(리그 4위 또는 5위)팀에게 아시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역대 가장 치열한 6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하위권 팀들에게는 상주의 상위리그 진출 확정이 파이널A를 향한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dokun@sportsseoul.com

▲ 최고 투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댄 스트레일리(왼쪽)와 애런 브룩스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몸 상태는 정상이라고 했지만, 역시 복귀전은 쉽지 않았다. 키움 에이스 에릭 요키시(31)의 이야기다. 아직 물음표를 다 지우지 못했다.

요키시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으나 부진했다. 선발 등판한 요키시는 2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4실점(3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사구가 3개 낀 것도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한창 좋을 때의 날카로움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로 정리할 수 있었던 투구였다. 믿었던 요키시가 일찍 무너진 키움은 7-8로 졌다.

1회부터 위기가 있었고, 결국 3회를 버티지 못했다. 이날 요키시의 투구 내용을 보면 구속이나 레퍼토리 자체에서는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역시 제구가 문제였다. 제구가 안 되다보니 완급조절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0% 아래(59.7%)로 떨어지는 등 스스로도 경기가 안 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8월 들어 어깨 통증이 잦았던 요키시는 정상궤도에 빨리 오르는 게 급선무다. 한편 리그 최고 투수였던 구창모(NC) 역시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팔꿈치와 손목 사이를 잇는 전완부에 미세 골절까지 발견돼 투구를 중단했다. 9월 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구창모의 마지막 등판은 7월 26일 kt전이었다.파워볼게임

두 선수는 7월까지 리그 최고의 투수들이었다. 톰 탱고의 사이영상 예측 수식에 대입했을 때 구창모가 1위고 요키시가 꾸준히 2위권을 형성했다. 그러나 구창모의 점수 쌓기는 7월로 멈췄고, 요키시는 복귀전에서 오히려 점수를 까먹었다. 그 사이 치고 올라간 선수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댄 스트레일리(롯데)와 애런 브룩스(KIA)다.

사이영 포인트 1위는 스트레일리로 55.2점, 2위는 브룩스로 49.7점이다. 구창모(47.4점), 라울 알칸타라(두산·47.1점), 요키시(45.4점)가 뒤를 잇는다. 아직 근소한 차이지만 스트레일리의 1위 질주와 그 뒤를 맹렬하게 추격하는 브룩스의 그림은 그려볼 수 있다.

스트레일리는 시즌 22경기에서 137⅔이닝을 던지며 10승4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중이다. 수식 모델의 요소가 되는 다승·이닝·탈삼진·자책점에서 모두 고른 수치를 거두고 있다. 브룩스 또한 꾸준하다. 21경기에서 완봉승 한 차례를 포함해 138이닝을 소화하며 9승4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 중이다. 8월 살짝 흔들렸으나 9월 2경기에서 완벽투를 선보이며 부진을 만회했다. 두 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에이스들의 임무는 굉장히 중요하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영상]Sonny 프리시즌 활약상

코로나 위기속 한화 앞으로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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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턱스크’ 상태로 시내버스를 타고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80대가 행정명령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청주시는 시내버스 내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을 어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A(80대)씨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30일 청주시가 시내버스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후 이를 어겨 고발된 첫 사례다.

행정명령을 어길 경우 최고 3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A씨는 지난달 5일 기침과 발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사흘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증상 발현 하루 전인 지난달 4일 오후 1시 46분께 S초등학교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832번 시내버스에 탔으나 자리에 앉은 뒤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렸다.

이후 오후 2시20분께 청주교도소 앞에 하차할 때는 입이 보일 정도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A씨가 탄 버스의 운전기사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던 승객 9명은 음성이 나왔다.

청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내버스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A씨를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충북대병원서 치료받은 뒤 지난 4일 퇴원했다.

황효원 (wonii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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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줍일기] 이길보라 감독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신간'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사심을 담아 알리고 싶은 책, 그냥 지나치긴 아까운 책을 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가 골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김예지 기자]

고등학교 1학년, 학교를 쉬고 8개월간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떠났다. 인도, 네팔, 태국... 총 8개국을 돌아다니며 현지인과 세계 여행자들을 만났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학교를 완전히 그만뒀다. 대신 8개월의 경험을 밑천 삼아 <로드스쿨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책을 썼다.

'제대로 영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그 이후다. 검정고시를 거쳐 예술인을 꿈꾸는 이들에겐 선망의 공간인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2017년 가을, 다시 한국을 떴다. 프로젝트차 방문했던 유럽의 여러 도시 중에서, 유독 암스테르담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다음해 곧바로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 유학길에 올랐다.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소리>, <기억의 전쟁> 등을 만든 이길보라 감독의 이야기다.

삶에서 두려움이란 걸 느껴본 적도, 남의 눈치 본 적도 없는 것만 같은 이력, 천성이 대범했던 걸까. 그건 아니었다. 이길보라 감독도 면접장 앞에서 벌벌 떨고, 낯선 이들과의 파티에선 구석 자리를 찾는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또, 배낭여행과 유학 모두 셀프 '펀딩'을 열어 비용을 충당할 정도였으니, 실패를 가볍게 딛고 넘어갈 금전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에겐 딱 하나 다른 믿음이 있었다. '해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 농인인 부모는 그가 어떤 일을 벌이든, 늘 똑같은 말을 해줬다. "괜찮아 경험."

...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시무룩해하면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경험." 휴학을 하고 매일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도 아빠는 말했다. "괜찮아, 보라 경험." 어느 날, 임플란트를 하고 턱이 잔뜩 부은 사진을 찍어 보냈을 때도 아빠는 똑같이 말했다. "괜찮아, 경험." 내가 무엇을 하든,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돈을 버리든 시간을 버리든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보라야, 괜찮아. 경험."

이길보라 감독에게 "괜찮아 경험"이란 한마디는, 소리 없는 세상에서 매 순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삶을 헤쳐나가야 하는 농인인 그의 부모가 알려준 특별한 '주문'이었다. 그는 이 주문에 기대어 늘 용감하게 낯설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로 유학을 간 것도 그 무수한 선택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담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를 펴냈다.

'다름'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


▲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 문학동네


이길보라 감독이 스스로 서문에서 밝혔듯,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는 단순히 유럽의 교육과 문화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 청각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로 아주 어릴 적부터 농인과 청인의 세상을 연결했던 그가 암스테르담과 한국을 오가며 느낀 '경계인'의 시선을 담은 기록에 가깝다.

이길보라 감독은 말한다.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고, 네덜란드에도 인종차별을 비롯한 무수한 '구별짓기'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목격했다고. 실제 그가 경험한 네덜란드는 총리든 학장이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프라이드 페스티벌에 암스테르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려드는 나라였다.

물론 한국과 네덜란드, 너무 다른 두 세계를 오가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령, 그는 필름 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첫 프레젠테이션에서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그간 만들어온 작품을 소개하며 자신이 농인의 자녀이자, 탈학교 청소년이었다고 설명했을 때 강의실에 있던 동기나 교수, 그 누구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선 보통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청중들이 놀라거나 감동 받아 발표의 분위기가 고조됐는데, 아무런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의실에 앉아 있는 이들의 나이와 출신, 가족 구성만 해도 몇 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학교를 중퇴한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이길보라 감독이 걸어온 삶은 놀랍거나 특이하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이길보라 감독은 "나를 둘러싼 환경과 맥락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나의 작업 역시 달라져야만 했"음을 깨닫는다.

경계를 없애는 시도와 모험들

'다름'이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이길보라 감독은 작품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를 꾀한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슈퍼마켓 음식이나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화장이나 옷차림에 들이는 시간을 줄인 것. 사소하지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확고한 시도들이었다. 이길보라 감독은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에 편안하게 몸을 내맡겼다.

... 한국에서 매일같이 안부처럼 들었던 말을 여기서는 듣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니 몸에 켜켜이 쌓여 있던 억압의 겹들이 보였다. 하나둘씩 그 긴장을 걷어내는 연습을 했다. 숨을 크게 내쉬고 공원에 누워 하늘을 보면 이렇게 살아도 정말 괜찮구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네덜란드라는 제3의 터전에서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애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를 갖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엔 없지만 네덜란드에는 있는 '파트너십' 제도를 활용해, 이곳에서 정착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에 앞서 얼떨결에 '속전속결 상견례'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퍽 특별하다.

일본의 한 식당에서 마주앉은 두 가족은 일본어를 영어로,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한국어를 수어로 옮기며 느릿느릿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 같이 눈물을 터트리고 만다. 언어와 선입견이라는 장벽을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장면이다.

... (애인의) 어머니는 요새 한국 수어를 배우고 있는데 일본 수어와 많이 비슷하다며 주먹을 쥐고 검지와 엄지를 두 번 붙였다. '같다'라는 뜻의 한국 수어이자 일본 수어였다. 어머니가 손을 움직여 수어를 한 순간, 가슴이 벅찼다.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음이 어쩌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게 '기본'이고 당연한 '디폴트값'이다.

이처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에는 각기 다른 나라, 그리고 나와 타인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물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깨지고, 끝내 길을 만들어낸 이길보라 감독의 경험담이 촘촘히 담겨 있다. 이 책은 '경계를 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향해, 혹은 삶의 여러 길목에 그어놓은 선들이 사실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길보라 감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라는 생경한 도시를 배경으로 글을 풀어내고 있지만,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시도와 모험'을 한국에서라고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경계를 없애는 상상이 부족한 곳이기에, 오히려 더더욱 이같은 시도가 필요하다. 그 모험 앞에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줄 거다. 때로 막막할 땐 이 여성 청년이 '자신의 속도대로' 먼저 걸어온 이 길을 보기를, 그리하여 '다름'을 알아갈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파워볼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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